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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k X Heike
루크 하르마탄 x 하이케 악커만
2025-06-25
‘뜀박질 정도는 자신 있겠지. 자, 뛰어.’ 환청처럼 울리는 목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린 하이케가 가장 먼저 마주한 풍경은 그다지 아름답지 못했다. 미적인 부분은 차치하고 상황만 두고 보자면 이토록 유쾌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용케 살았네.’ 죽을 생각이라곤 개미 오줌만큼도 없었으니 ‘용케’라기보단 ‘당연히’라고 수식하는 편이 적절하겠지만 극적인 상황을 즐기는 경향이 있었던 하이케는 작금의 상황을 그렇게 포장했다. 「오, 하이케 악커만,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오다.」 반송장 몰골로 낡은 나무 의자에 묶인 채 연극 대사를 읊듯 과장하여 중얼거린 하이케가 만족스럽다는 듯 낄낄거렸다. 삐걱대던 무대 위 싸구려 연극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본 얼굴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얻어터진 것은 하이케건만, 멀끔한 꼴로 초점이 나간 채 약 맞은 벌레처럼 바르작거리는 버러지들의 사정은 당연하게도 그의 관심 밖이었다. 하이케 악커만이 가진 능력의 장점은 명확했다. 사지가 꽁꽁 묶여 정신을 잃도록 맞는 와중에도 손 하나 까딱 않고 적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단점 또한 명확했다. 그 환각이 사지가 결박되어있는 이 상황을 해결할 물리적 능력은 손톱만큼도 없다는 점. 그리고 부상의 고통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극심한 제 갈증 또한 해결할 수 없다는 점. 한숨과 함께 탄식을 뱉어내곤 꾸물꾸물 몸을 일으켜 있는 힘껏 벽에 몸을, 정확히는 낡아빠진 나무 의자를 부딪친다.
…….
“해서 이 꼴이 되었으나, 무사히 맡은 바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였다 보고드리며 슬슬 뜀박질도 자신이 없어진 듯하다는 객관적인 자기평가 또한 첨언하는 바입니다, 만은 제가 원래도 현장 뛰는 롤은 아니었잖습니까? 말단 여럿 쓸 바에, 한 놈 굴리자는 생각으로 절 보내신 건 아닌지. 아, 따지는 건 아니고 –제가 어떻게 감히 보스 명령에 꼬투리를 잡겠습니까. 아시잖아요, 제 충성심.- 궁금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