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 하나 섞이지 않은 듯한 순백색의 머리카락. 오팔의 빛을 품은 하얀 눈동자. 유약해 보이는 색상으로 선이 굵어, 종종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흉이나 점은커녕 볕에 그을린 흔적조차 없는 백설의 피부는 볕에 닿으면 벌겋게 익어 곧잘 난감해 한다. 이름값하는, 새하얀 인상의 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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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천재/호기심/결과주의/잔악함/가족애]
자신의 능력에 도취되지는 않았으나, 확신이 뚜렷하다.
가능하다는 데에 어떠한 의심 없이, 그는 이렇게 말한다.
“
망가지지 않게 해줄게.
그가 이탈리아에 머문 것은 태어나 고작 일 년뿐인 일이었지만, 그 땅을 떠날 때 그는 이탈리아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라테아니아에서 생활하는 데에 필요한 영어를 포함해서.
단어조차 서툴 나이에 천재라는 찬사가 쏟아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네 살, 바다 너머의 외부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녹주로 발현했다. 자신의 육신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자 연구소에 실험체로 자원했으나 2년이 지나갈 즈음 연구원으로 전향한다.
작은 몸에 꽂아 넣은 무수한 주삿바늘을 매만지며, 노스트라의 어린 후계자는 말했다.
“한정된 자원을 이렇게 써서는 안 돼.”
연구실에 틀어박혀버린 아이를 향해 동정 어린 눈길을 보낼 새도 없이, 운석처럼 떨어진 결과물에 연구소는 충격에 빠진다. 젖살 어린 손으로 빚어낸 결과물은 그야말로 불사의 편린…….
「회복제」였다. 동강 난 신체가 다시금 재생되는 것을 본 모든 이들은 마치 풀무질이라도 당한 양 뜨겁게 타올랐다. 탐구욕, 그리고 이 천재의 필요성에 대한 불꽃으로.
열두 살이 되었을 때, 그는 수석 연구원의 명찰을 달았다. 그 사이 회복제는 영구적인 부상까지도 회복이 가능하도록 개발되어 라테아니아의 카지노와 시장을 차례로 점유했다. 시취로 가득하던 뒷골목조차 값싸게 구한 희석된 회복제 따위로 상태가 나아질 정도였으니 상용화의 단계마저 얼마나 착실했는지 이 섬의 누구라도 알 만 했다.
연구원의 삶을 살았기 때문일까. 확실한 과정과 정확한 결과를 원하고, 지향한다.
경로나 절차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결실을 위한 것이며, 그것이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할 만큼 결과주의적인 사고를 보인다.
대체적인 동기는 호기심이라고 할 만큼 왕성하며, 충족을 위해 망설임 없이 움직이고 이 모든 과정에서 공감 능력 결여와 잔악함을 보였다. 폭력을 쉬이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과 라테아니아라는 배경이 무자비에 더한 영향을 끼쳤다. 의사가 없는 민간인을 적합자로 잡아가는 것, 갖은 강도의 인체 실험, 부상 회복의 정도 등.
외에도 살인에 있어 가능한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하기로 유명한데, 기분이라도 언짢은 날엔 같은 조직원마저 뒷처리에 혀를 내두른다고 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충족하는 것에 열광하지만,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자신의 패밀리인데,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망설임 없이 가족이라고 답할 만큼 애정을 쏟고 있다.
일반적인 실험체와 다르게 그들이 망가질까 염려하며 연구원들에게도 실험의 목록에서 제하도록 당부하고 당부를 거듭할 정도. 조직원 모두의 신체검사를 홀로 도맡을 수준이라고.
세상이 그를 빛이라고 칭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페로 노스트라의 가족들을 나의 별이라 말하곤 했다.
태양이 저문 동안에도, 밤 사이 빛을 기다리며 헤매지 않도록.
“우리는 같은 하늘에 은하로 묶여 살아. 너희는 나의 별이고, 우리는 빛의 강이야.”
✦ 루드비히 블랑(17)의 상권 해방 사건.
각종 이권이 복잡하게 얽혀있던 거리. 그곳의 주인 되는 이들을 모조리 죽여 소속되어 있던 자들의 행보를 자유로이 했다.
죽은 사람들 중 포주, 노예상, 스너프 필름 업자 등이 있었음을 생각했을 때 해방된 이들의 위치를 알 법 하다.
조직 측의 임무는 아니었으나 그의 성정을 아는 이들은 모두 그의 행보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믿는다면, 나를 따라와.”
이 천재에게도 난관이 있었으니, 요리였다.
부엌이 터지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나 야외 활동 중 정말 폭발사고를 일으킨 전적이 있다.
생각 외로 막입인데, 무엇을 주든 잘 먹고 가리는 게 없다. 식욕은 왕성한 편.
<b>루드비히 오르</b>
7년 전, 상권 해방 사건에서 데려왔다. “네 목소리는 세상이 내게 내린 사의 같아.” 그 말에 카나리아처럼 기를 줄 알았을까. 블랑은, 무법지대에서 살아 남게 한다는 명목으로 오르와 직접 대련해 가며 소속의 이름을 부끄럽지 않게 했다. 혹독한 훈련에 부러지고 다치면서도 흉 하나 남지 않은 것은 순수히 회복제의 효능 탓이었으리라. 오르가 성인이 된다고 짐작되는 해, 자신의 성을 선물하고 동생으로 삼는다.
밤이 되면, 오르에게 자장가를 부탁한다. 나지막한 이야기처럼 들리는 노랫소리에 불면이 포말처럼 부서진다며 오르는 알지 못하는, 그러나 분명히 같은. 사진 속 아이처럼 웃는다. 괜찮아. “루비, 우리는 유년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나의 유년을 네게 줄게.”
<b>르누아르</b>
죽음을 코앞에 둔 어떤 실험체를 구한 것은, 고작 일곱 살의 아이였다. 꿈을 꾸는 듯 고통에 몽롱한 표정을 바라보며, 아이가 말했다.
“이름은 블랑. 당신의 빛이에요.”
회복제의 첫 성공작이었다. 거의 불능에 가까웠던 것을 되살렸을 때의 감각을 영영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루드비히 블랑은 르누아르를 ‘알’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àlito. 나의 숨결. 나의 증명. 빛이 처음으로 생에 가닿은 날.
유달리 아끼던 실험체는 어느 순간 가족의 이름을 달았다. 망가지지 않도록 신경 쓰던 것이, 망가지면 안 되는 것이 된 것이다.
“곤란해. 자꾸 손에 힘이 빠져서.” 블랑의 연구 일지에 그의 이름이 빠진 것은 언제부터 였을지. 실험은 중단되었다는걸, 그는 알까?
<b>루베르</b>
함께 연구실을 쓰던 사이. 이런저런 일이 있었던 사람에게 간절히, 분발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것은 쉬웠다. 나는 능력이 있으니까.
그나저나, 나 요즘 고민이 있어. 프로그램 연구에 관해서인데… 저장이 습관화되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b>오르트</b>
“너를 믿지 못하면 나를 믿어. 내가 품에 안아도 좋다고 생각한 별빛이니까. 나를 위해 쏴. 그건, 더 이상 네 것이 아닌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