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지와 중지 사이, 불붙이지 않은 담배를 걸친 채 묻는 젊은 남자는 그럴듯한 신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듣기 좋은 음성에 명확한 발음, 여유로운 태도, 과하지 않은 농담. 깔끔하게 정돈한 머리칼이며, 구김 없이 차려입은 맞춤 정장에 흙먼지 하나 묻지 않은 구두까지. 더불어 꽤 준수한 외모 또한 그를 말끔한 신사로 보이게 만드는데 한몫했다.
“그래요? 연예계에 진출해 볼 걸 그랬나.”
그러나 그를 모델이나 배우 등 연예인과 연관 짓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쪽으로 나갔어도 대성했겠다는 아부성 칭찬을 떠들어댔을 뿐 ‘연예인 해도 좋겠다.’, ‘젊은 신사 같다.’ 뒤에 이어지는 감상은 대체로 비슷했다. ‘아, 어쩐지 꺼림칙한 남자.’ 어쩔 수 없이 드러난 신체 일부를 제외하곤 온통 시커먼 그의 차림새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어쨌거나 본인은 제게 따라붙는 부정적인 평가에 딱히 개의치 않는 듯했지만.
진중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가벼운 껍데기 안엔 꼬일 대로 꼬인 성정이 음식물 쓰레기처럼 뒤섞여있다. 인명 경시가 뼈에 박힌 기회주의자, 타인에 대한 존경과 연민의 부재, 뒤틀린 자존심, 종합하자면 저밖에 모르는데 꼴에 능력은 있는 쓰레기. 진창을 구르던 불우한 과거를 핑계 삼기엔, 이미 그 이상으로 숱하게 많은 타인의 삶을 진창에 처박은 남자였다.
【환각사】
다양한 방식으로 타인의 오감을 조종할 수 있다. 오로지 환각만으로 사지 멀쩡한 인간을 쇼크사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지만, 가성비도 재미도 떨어진다는 사유로 선호하지 않는다. 능력에 따른 부작용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한 갈증. 수분 섭취는 물론,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에 적시는 것이 그의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대가이다. 고작 갈증 좀 이는 게 뭐 대수냐 말할 수도 있지만, 그 정도가 마약 금단 증상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기에 능력 부작용으로 이성을 잃었을 경우 그가 벌일 수 있는 일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당연히 좋지 못한 쪽으로.
etc.
크게 나쁘지 않은 시력이나 종종 안경 착용 우수한 생존력과 형편없는 생활력 난잡했던 과거 탓에 종종 오해받곤 했지만, 대부분의 관계가 수단이었을 뿐 실제 성욕은 낮은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