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딱히 죽고 싶지 않았지만, 살고 싶지도 않았다.]
A.
이제는 저며진 자국을 알 수 없을 만치 오래된 고통, 떼어놓을 수 없을 듯 보이는 그의 불면은 암습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했다. 죽음에 대한 불안. 필시 그에 대한 저항일 터였다.
그럼에도, 아득한 밤을 견뎌왔을 그가 강렬히 살고 싶은 사람처럼 보이냐고 묻는다면, 잠시라도 그 곁을 스쳤을 무수한 낯들은 입을 모아 부정할 것이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B.
치엔에게 때로는 죽고도 싶으냐 물었을 땐, "아니, 단 한 번도." 라고 답했고. 그렇다면 살고 싶으냐고 물었을 땐, "글쎄……." 라고 답했으나, 어떻게 살고 싶으냐고 물었을 땐 반사적으로 보일 만큼 빠르게 돌아오던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일은 없었다. 기록된 영상처럼 늘, 같은 장면을 반복해 재생하고 입력된 정보 값에서 결과를 내는 이 남자에게서는 테이프 감기는 소리나 날 것 같았는데……. 먹을 찍어놓은 듯한 눈동자가 그 질문 이후로 움직임도 없이 바닥의 한 점을 오래도록 응시했다.
빙글, 빙글. 빛 드는 일이 없어 늘 새카만 치엔의 홍채 안으로 소용돌이치는 문양이 언뜻 비친다. 지금처럼 자세히 보아야 알 수 있는 이 심비는 한 사람쯤은 알 법한 것이었으나 지금 그의 마음이 꼭 그러하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일 터였다.
드문 혼란이 너울대는 그 심연 아래, 영문 모를 파도가 여기저기 부딪치며 포말로 그 궤적을 남길 즈음에야 치엔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모르겠네."